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Showing posts from March, 2026

글루타치온의 역설: 수치는 상승하나 효능은 침묵한다

- 비싼 알약이나 필름을 붙이면 몸속 수치는 올라간다. 하지만 피부가 하얘지거나 피로가 풀린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. - 시장은 당신이 피곤한 이유를 '글루타치온 부족' 탓으로 돌려 비싼 제품을 팔지만, 사실 당신 몸은 이미 글루타치온 공장 을 스스로 돌리고 있다. - 수만 원짜리 필름 붙일 필요 없다. 차라리 고기(단백질) 한 점 더 먹고 비타민 C 한 알 챙기는 게 훨씬 똑똑하고 경제적인 항산화 전략이다.  젊음 유지, 피부가 미용의 열망, 만성 피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간절함이 교차하는 자리에 시장은 자리를 잡는다. 요즘 영양제 시장의 정점에 서 있는 글루타치온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. 광고에서는 백옥 같은 피부의 모델이 등장해 '고흡수율'을 논하고, 이제는 알약을 넘어 입천장에 붙이는 필름까지 등장하며 소비자를 유혹한다. 하지만 냉정하게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허탈한 결론에 도달한다. 수천억 원이 오가는 이 시장에서 단 하나 부족한 것이 있다면, 불행하게도 그것은 '과학적 검증'이다. 마케팅은 소비자의 뇌 속에 세 가지 독립된 변수를 조용히 심어 놓는다. 수치가 오른다 → 항산화가 된다 → 피부가 하얘지고 피로가 사라진다. 이 연결이 자동으로 성립한다고 전제한 채 제품을 판다. 과학은 이 세 변수 중 단 하나도 자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. 그 이유를 순서대로 해부한다. 위장은 ‘글루타치온’을 알지 못한다. 글루타치온은 글루탐산, 시스테인, 글리신 세 개의 아미노산이 결합한 트리펩타이드, 즉 단백질의 일종이다. 우리의 위장과 소장은 이 단백질이 들어오는 순간 그것이 고가의 영양제인지 저렴한 닭가슴살인지 구분하지 않는다. 펩티다아제와 소장의 γ-글루타밀전이효소(GGT)를 쏟아내며 이 결합을 즉각적으로 분해할 뿐이다. 최근 연구에 따르면 경구 글루타치온의 생체이용률은 효소적 분해와 위장관 흡수 장벽으로 인해 1% 미만에 불과하다. 1992년 스위스 베른 대학의 Witschi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에게 단회 고...

미소는 공짜가 아니다 — 아를리 혹실드가 경고한 '감정노동'의 비극

  미소는 공짜가 아니다 . 그러나 그것이 ' 노동 ' 이 되는 순간 ,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쪽은 당신의 내면이다 . 1983 년 , 미국의 사회학자 아를리 혹실드 (Arlie Russell Hochschild) 는 델타항공 승무원들의 훈련 현장에 들어갔다 . 그녀가 목격한 것은 단순한 서비스 교육이 아니었다 . 회사는 승무원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, 느끼는 방식 자체를 훈련시키고 있었다 . 화가 나도 웃어야 했고 , 두려워도 침착해야 했으며 , 지쳐도 활기차야 했다 . 혹실드는 이 현상에 이름을 붙였다 . 감정노동 (Emotional Labour) . 그리고 그 개념은 40 년이 지난 지금 ,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무거운 의미를 품게 되었다 . 오늘날 SNS 에서 " 나 오늘 감정노동 심하게 했어 " 라는 말은 퇴근 후 카카오톡 단체방에서도 , 친구와의 수다에서도 흔하게 등장한다 . 그런데 우리가 이 말을 쓸 때 , 혹실드가 처음 이 개념을 고안하며 의도한 것과 실제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? 그 미묘하고 결정적인 간극을 들여다보는 것이 , 이 글의 시작점이다 . 승무원의 미소는 왜 ' 그녀의 것 ' 이 아닌가 혹실드의 문제의식은 매우 구체적인 장면에서 출발한다 . 델타항공 승무원 훈련 센터에서 , 강사는 신입 승무원들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. 난폭한 승객을 만났을 때 , 그를 집에서 떼쓰는 아이처럼 상상하라고 . 그 아이를 달래는 어머니처럼 , 승무원은 화를 눌러서 표현하는 게 아니라 , 실제로 그 분노를 녹여버리는 감정 상태를 만들어내야 했다 . 이것이 혹실드가 말한 심층 연기 (deep acting) 다 . 표면에 가짜 웃음을 짓는 표면 연기 (surface acting) 와는 차원이 다르다 . 표면 연기는 배우가 무대 위에서 울음을 연기하는 것이다 . 심층 연기는 실제로 그 슬픔을 내면에서 끌어올리는 것이다 . 혹실...

편집된 관계, 대화 없는 연결: 왜 우리는 더 많이 연결될수록 더 외로운가

  쉐리 터클 (Sherry Turkle) 이 2012 년 《뉴욕 타임스》에 발표한 「대화로부터의 도주」는 , 스마트폰이 지구를 뒤덮기 시작하던 시절에 쓰인 경고문이다 . 13 년이 흐른 지금 , 그 경고는 예언이 되었다 . 우리는 하루에도 수백 번 화면을 들여다보고 , 수십 개의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, 그것을 ' 소통 ' 이라고 부른다 . 그런데 왜 우리는 여전히 이토록 외로운가 . 침묵하는 사무실 , 그러나 결코 조용하지 않은 보스턴의 한 로펌 . 선임 파트너가 사무실을 둘러본다 . 젊은 변호사들은 각자의 자리에 노트북 , 아이팟 , 여러 대의 휴대폰을 나란히 펼쳐놓고 커다란 헤드폰을 쓴다 . 그는 말한다 . " 마치 조종사 같아요 . 책상을 조종석으로 만들어버렸죠 ." 이 장면을 터클은 단순한 풍속으로 소개하지 않는다 . 그것은 오늘날 우리가 선택한 존재 방식의 압축판이다 . 같은 공간에 있되 , 철저히 분리된 채 . 연결되어 있되 , 절대 방해받지 않는 채 . 터클은 이 상태에 이름을 붙인다 — ' 함께 있는 고독 (alone together)'. 그 사무실의 침묵은 대화를 원하지 않는 침묵이다 . 아무도 말을 걸지 않으며 , 아무도 말 걸리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. 그리고 그 누구도 이것이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. 한국의 오피스를 떠올려보자 . 점심시간 , 여섯 명이 한 테이블에 앉아 있다 . 그러나 시선은 여섯 방향으로 흩어진다 — 유튜브 , 인스타그램 , 카카오톡 . 누군가 " 오늘 뭐 먹지 ?" 라고 말을 꺼내지만 대화는 거기서 멈춘다 . 우리는 이 광경을 너무 익숙하게 받아들인 나머지 , 그것이 상실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. 진실을 고쳐 말하는 사람 터클이 인터뷰한 한 사업가는 처음에 이렇게 말한다 . " 동료들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전화를 안 해요 . 다들 이메일로 너무 바쁘거든요 ." 그런데 그는 스스...

당신의 일은 존재해야 하는가? — 데이비드 그레이버가 찌른 '무의미한 직업'의 의미

  한 급진 잡지에 실린 짧은 에세이가 인터넷을 강타했다 .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 (David Graeber) 가 《스트라이크 ! 》에 기고한 「불쉿 잡 (Bullshit Jobs) 현상에 관하여」는 발행 직후 12 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, 100 만 명 이상이 읽었다 . 그 이유는 단순하다 . 수백만 명의 직장인이 그의 글에서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. 스스로도 의심하면서 매일 출근해서 수행하는 그 일이 , 사실은 없어도 세상이 멈추지 않는 것임을 . 그레이버는 그 비밀을 문장으로 만들었다 . 케인스의 약속과 문명의 배신 1930 년 , 경제학의 거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담대한 예언을 남겼다 . 기술의 발전이 계속된다면 20 세기 말 영국과 미국의 노동자들은 주 15 시간만 일하게 될 것이라고 . 그레이버는 이 예언을 정면으로 들고 온다 — 그것이 기술적으로는 완벽하게 실현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,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과 함께 . 그 이유로 우리는 흔히 ' 소비주의의 팽창 ' 을 든다 . 사람들이 자유 시간 대신 더 많은 물건과 쾌락을 택했다는 것 . 그레이버는 이 해석을 단호히 거부한다 . 지난 100 년 사이 폭발적으로 생겨난 직업들 — 컨설턴트 , 기업 변호사 , PR 전문가 , 인사 담당자 , 텔레마케터 , 각종 관리직 — 을 살펴보면 , 이것들이 스시나 아이폰이나 운동화를 만드는 일과는 전혀 관계가 없음이 드러난다 . 생산과 무관한 행정 , 금융 , 관리의 영역이 조용히 , 그러나 거대하게 팽창했다 . 20 세기 초부터 2000 년까지 미국 고용 구조를 추적한 보고서는 이것을 숫자로 보여준다 . 제조업 , 농업 , 가사 서비스 종사자는 급감했지만 , ' 전문직 · 관리직 · 사무직 · 판매직 · 서비스직 ' 은 전체 고용에서 4 분의 1 에서 4 분의 3 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. 생산하는 일은 기계로 대체되었지만 , 그 빈자리는 해방이 아닌 다른 종...

사유하는 땜장이 — 한병철이라는 철학적 사건

  베를린의 서울인 , 서울의 베를린인 . 그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음으로써 어디에나 말을 건넨다 . Aeon 이 발행한 에세이 「 Thought-tinkering 」은 한병철을 한 줄로 요약하려는 모든 시도를 비웃는다 . 그는 ' 번아웃 철학자 ' 도 아니고 , ' 디지털 비관론자 ' 도 아니다 . 에세이의 필자 조너선 코언은 그를 이렇게 읽는다 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적자이자 선불교의 묵상자 , 서울의 기술소년이 독일어로 사유하는 유럽 지성계의 이방인 . 그 이방성이야말로 그의 사유가 뿜어내는 열기의 원천이다 . 이 글은 그 에세이를 해체하면서 , 한병철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왜 지금 이토록 날카롭게 파고드는지를 묻는다 . 폭발에서 태어난 철학자 한병철은 서울에서 1959 년에 태어났다 . 어린 시절 그는 침실에서 전선과 화학약품을 가지고 놀았다 . 토목기사였던 아버지를 흉내 내며 스스로 실험하다가 , 결국 화학 폭발 사고를 일으켜 거의 실명할 뻔했고 지금도 그 흉터를 지니고 있다 . 그 폭발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 . 그것은 하나의 예언이었다 . 그는 이후 금속공학을 전공했지만 , 독서와 사유는 점점 유럽 쪽으로 기울었다 . 스물두살에 독일어를 모른 채 독일로 떠났다 . 부모에게는 ' 과학 공부를 계속하러 간다 ' 고 했다 . 철학을 공부하겠다고 했다면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. 이 이야기에는 이미 한병철 철학의 씨앗이 들어 있다 . 폭발 — 자유를 찾아 탈출 — 그러나 그 자유가 또 다른 형태의 규율 ( 독일어 , 독일 철학 , 독일 대학 ) 로 이어지는 역설 . 자유와 억압이 서로의 얼굴을 하고 등장한다는 것 . 이것이 그가 평생 반복해서 탐구하게 될 주제다 . 그는 Die Zeit 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. 예전엔 전선과 납땜인두로 땜질했지만 , 지금의 땜질은 사유의 재료로 이뤄진다고 . 사유는 활동이기보다 하나의 환경이라는 , ...

해외정산 수수료 비교: 국내은행 vs Wise

  해외 플랫폼에서 달러 ($) 수익이 발생하면 설레는 마음도 잠시 , 실제 통장에 입금된 금액을 보면 예상보다 적은 액수에 실망하곤 합니다 . 분명 플랫폼에서는 전액을 보냈는데 , 왜 내 손엔 많은 수수료가 차감되어 들어올까요 ? 오늘은 해외 정산 시 발생하는 숨은 비용과 이를 혁신적으로 줄이는 Wise( 와이즈 ) 활용법을 철저히 비교 분석해 드립니다 .   우리가 모르는 해외정산 수수료의 3 단계 함정 국내 은행 계좌 (SWIFT) 로 직접 송금을 받으면 , 돈이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 세 번의 단계 ( 비용 ) 를 거치며 금액이 줄어듭니다 . 중개 은행 수수료 ($15~$25): 미국에서 한국으로 송금될 때 거치는 중간 거점 은행이 떼가는 ' 통행료 ' 입니다 . 내 의지와 상관없이 원천 차감됩니다 . 국내 은행 수취 수수료 ( 고정 비용 ): 외화를 받으면서 한국 은행이 일해준 대가로 떼는 수수료입니다 . 보통 건당 5,000 원에서 10,000 원 사이의 고정 금액이 발생합니다 . 환전 마진 (1.5%~2.0%): 은행은 기준 환율보다 낮은 환율을 적용합니다 . 금액이 커질수록 이 ' 환율 차이 ' 로 인해 사라지는 돈이 가장 뼈아픈 손실이 됩니다 .   플랫폼별 정산 이슈 유튜브 ( 애드센스 ): $100 내외의 소액 정산 시 , 고정 수수료 비중이 전체 수익의 10% 를 상회할 정도로 치명적입니다 . 아마존 / 이베이 : 한국 계좌를 직접 연결하면 플랫폼 자체의 불투명한 환전 수수료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. 틱톡 (TikTok): 주로 페이팔 (PayPal) 을 쓰지만 , 페이팔의 환전 마진 ( 약 3~4%) 은 핀테크 서비스 중에서도 매우 높은 편에 속합니다 .   Wise( 와이즈 ) 가 저렴한 이유 : 로컬 이체와 환율 방어...